신축년이다. 2021년에서 60의 배수로 역산해 보면 1961년, 1901년, 1841년이 차례로 나온다. 가까운 '61 신축년에는 쿠데타가 발생하였다. 4.19 혁명 이후의 민.관.군의 순서가 군.관.민으로 역전되기 시작해서 지난한 군부독재가 민주화의 봄이 오기까지 민을 두렵게 했다. 관은 여전히 가운뎃 자리에 있으며 새로 득세한 군의 위력에 기대 일제강점기 관의 위세를 재현하기 시작한다. 쉰 이상의 기성세대들은 어릴 적 고압적인 관의 말단이 쥐꼬리 권력을 흔들며 민을 위압하던 기억이 몇조각 남아있으리라.
시간을 더 거슬러 구한국이 멸망의 단계로 접어들었던 1901년 신축년으로 가보자. 조선을 옥죄던 청 제국이 이 해에 격변을 겪으며 더욱 쪼그라드는 와중에, 구한국의 남쪽 섬 제주에서 주목할 만한 민란이 일어났다. 제주에서 프랑스 신부가 전도를 빙자해 득세하는 가운데 이 외세의 신권력에 빌붙어 민을 괴롭히던 관을 응징하려 했던 '이재수의 난'이 그것이다. 동학 운동이후 민을 함부로 하지 못하던 관이 외세라는 신권력에 기대어 민을 또다시 괴롭히다 사달이 난 것이다. 다시 60년을 거슬러 1841년 신축년 - 헌종8년의 실록은 열자마자 '김O근'의 이름이 조정에 가득하다. 김좌근, 김흥근, 김윤근, 김은근, 김보근 등의 세도가들이 관작을 높이고 권력을 독식하고 있다. 60년 뒤, 또 60년 뒤에 민이 관에 여전히 억압받고, 그 사이 나라가 망하고 전란으로 수백만의 생명이 사라지는 인과의 출발이다.
해가 바뀌는 와중에 관의 말단 서기보가 내가 누군 줄 아냐고 주차장에서 술주정을 하며 행패를 부리다 직위해제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부디 설 이후의 신축년은 관이 민을 두려워하며, 민을 위하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마침 내년엔 대선이다. 가까운 곳에 유력 주자가 있다. 그런 세상을 열어주길 또한 기대한다.